님, 연휴 어떻게 보내고 계시나요?
직장인에게 여행은 휴식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감각을 깨우는 가장 빠른 방법이 되기도 합니다. 저에게는 도쿄가 그렇습니다. 도쿄 올림픽 이후 재편된 도시의 레이어는 매번 새로운 질문을 던집니다.
"왜 우리는 도쿄라는 공간에 끊임없이 매료되는가?"
제가 내린 결론은 도쿄가 유행에 휘둘리지 않는 본질적인 '브랜드' 그 자체라는 점입니다. 익숙한 풍경 속에서도 미세한 변화를 찾아내고 그 안에서 브랜드의 생명력을 읽어내는 일. 이번 스낵레터는 '브랜드 공부'라는 핑계로 다녀온 도쿄에서의 인사이트로 시작해볼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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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7년 4월, 도쿄의 한 병실에서 26세 시인 이상은 아내에게 말했습니다.
그는 폐결핵으로 죽어가고 있었습니다. 식민지 조선의 모더니스트가 일본 본토의 병실에서 남긴 마지막 갈망은 고향이 아니라, 값비싼 과일 하나였습니다.
단순히 비싼 것을 먹고 싶었던 걸까요. 아니면 일본 근대 문물의 정점에 서 있는 그 과일가게가 상징하는 무언가를, 죽음 앞에서도 포기하지 못했던 걸까요. 이상이 그토록 원했던 센비키야는 1834년 창업한 도쿄 니혼바시의 고급 과일가게였습니다. 지금도 그곳 유리 진열장 안 멜론은 기본적으로 30만 원이 넘습니다.(물론 10만원 대도 있습니다만, 30만원, 3만 엔의 숫자는 상징적이죠)
누가 이걸 사지 하는 생각이 절로 드는데, 센비키야의 진짜 비밀은 이 멜론에만 있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오늘날 이 브랜드가 번창하는 이유는 90분에서 120분을 머물게 만드는 카페와 디저트 공간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30만 원 멜론의 품질 본질은 그대로 지키면서, 3,000엔 파르페라는 새로운 접점으로 사람들을 머물게 만든 190년 노포의 진화 축을 살보며, 브랜드가 시간을 어떻게 상품화할 수 있을지 이야기보려 합니다. 책 한권 들고 대기줄에 서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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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브랜드값, 아직 유효한가요?
중국에서 읽는 프리미엄의 새 기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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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럭셔리 시장을 살필 때 제가 Jing Daily를 즐겨 찾는 이유는 속도 때문만은 아닙니다. 이들은 럭셔리를 단순히 '고가품의 판매량'으로 보지 않습니다. 브랜드가 어떤 욕망을 설계하는지, 소비자가 더 이상 인정하지 않는 권위는 무엇인지, 그리고 그 가격이 어떤 경험을 통해 납득되는지를 집요하게 읽어내기 때문입니다.
최근 인상 깊게 읽은 두 편의 글에서도 비슷한 지점에 밑줄을 그었습니다. 하나는 중국 럭셔리 브랜드가 새 플레이북을 짜는 방식에 관한 글이었습니다. 이 글은 지금의 과제를 “store closures, craft investment, local partnerships, beauty entry points, and emotional service”라는 다섯 가지 축으로 정리합니다. 매장을 무작정 늘리는 대신 줄일 곳은 줄이고, 장인성·로컬 협업·뷰티 접점·정서적 서비스를 다시 설계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또 다른 글은 한술 더 떠 아예 "럭셔리 브랜드들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중국을 상정하고 있다"고 경고합니다. 특히 “Demand has not decreased. It has moved towards experiences that create cultural capital”이라는 문장, 특히 "수요는 줄어든 것이 아니라, 문화적 자본을 형성하는 경험으로 이동했다"는 대목은 지금의 균열을 선명하게 보여줍니다..
단순히 중국 소비자가 명품을 덜 좋아하게 된 것이 아닙니다. 브랜드가 스스로 붙여온 '럭셔리'라는 태그를 소비자가 예전처럼 순순히 승인하지 않게 된 것입니다. 이제 럭셔리도, 프리미엄도, 이름 그 자체로 군림하는 대신 스스로를 증명하고 설명해야 하는 시대가 왔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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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보다 비싼 두 글자, .ai
— 모두가 AI를 만들 때, 어떤 섬은 AI를 팔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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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이들이 AI가 돈 버는 법을 송두리째 바꿨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정확히는 돈의 본질이 변한 게 아니라, 돈이 몰리는 자리가 더 투명하게 드러난 것에 가깝습니다. 기술의 시대에도 부(富)는 기술 그 자체에만 고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기술을 더 빨리 이해시키고, 더 쉽게 선택하게 만드는 '이름'과 '표식'에 강력하게 달라붙습니다.
앵귈라의 .ai 도메인은 이 냉정한 사실을 보여주는 가장 선명한 사례입니다.
카리브해의 작은 섬 앵귈라는 AI 기술의 발원지는 아니지만, 전 세계 AI 기업들의 관문인 '.ai' 도메인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한때 평범한 국가 코드에 불과했던 이 두 글자는 생성형 AI 열풍과 함께 앵귈라의 핵심 자산으로 탈바꿈했습니다. 2022년 14만 4천 개였던 등록 건수는 1년 만에 35만 4천 개로 폭증했고, 관련 수익은 약 3,200만 달러(정부 수입의 20% 이상)에 달했습니다.
주목할 점은 이 현상이 단발성 유행에 그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IMF에 따르면 .ai 도메인은 2년 단위로 등록되며 갱신율이 90%에 육박합니다. 즉, 한 번 유입된 수요가 안정적인 반복 매출Recurring Revenue로 이어지는 강력한 비즈니스 모델이 구축된 셈입니다. 실제로 2024년 수익은 약 3,900만 달러로 증가하며 정부 전체 수입의 23%를 차지했습니다. 앵귈라 정부 역시 2026년 예산연설에서 이를 주요 비과세 수입원으로 공식 언급하며, .ai가 국가 재정의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음을 시인했습니다.
앵귈라가 시장에 내놓은 것은 고도의 AI 기술이 아니라, '그 회사를 AI 기업처럼 보이게 만드는 두 글자'였습니다. 웹 주소 끝에 '.ai'가 붙는 순간, 기업이 수행해야 할 구구절절한 설명의 절반은 이미 완성됩니다. 실제 기술력이나 성과는 그다음 문제일지라도, 적어도 그들이 '무엇을 하는 조직인지'는 선명하게 각인되기 때문입니다. 이 두 글자는 성능을 증명하지는 못해도, 정체성을 전달하는 데는 그 어떤 수단보다 효율적입니다.
흔히 브랜딩을 화려한 캠페인이나 메시지의 영역이라 생각하지만, 실제 시장에서는 도메인, 검색어, 카테고리명 같은 '프론트엔드 시그널'이 훨씬 먼저 작동합니다. 소비자는 제품을 완벽히 이해한 뒤 브랜드를 선택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해하기 쉬운 신호를 먼저 내뱉는 브랜드를 더 빨리 읽고, 더 빨리 선택할 뿐입니다.
결국 본질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AI 열풍은 기술 그 자체 못지않게, 그 기술을 가장 짧게 요약하는 '이름'이 얼마나 비싼 자산이 될 수 있는지를 증명했습니다. 모두가 AI를 만드느라 분주할 때, 앵귈라는 AI의 이름이 놓일 '자리'를 선점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두 글자의 값어치는 시장의 예상보다 훨씬 비쌌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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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도쿄 거리의 간판과 광고는 온통 AI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기업과 소비자 모두의 시선이 AI에 쏠려 있다는 증거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기업의 도메인에서도 이런 흐름이 선명하게 읽힌다는 사실입니다. Sakana AI는 sakana.ai를 쓰고 있고, ELYZA는 elyza.ai, AI inside는 inside.ai를 사용합니다. 주요 기업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ai'를 주소로 택하고 있으니까요. 도쿄에서 AI가 광고와 간판을 수놓는 '비즈니스의 언어'라면, 앵귈라에서 그 언어는 이미 막대한 수익을 창출하는 '국가적 자산'이 되어 있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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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비틀기] 본질, 본연의 것을 지키는 일
우리는 무언가를 '지킨다'고 할 때, 흔히 소중한 것을 내 곁에 꽉 붙들어 매는 장면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거제도 수족관에서 벨루가를 돌보는 사육사님의 일상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지킨다는 행위의 진짜 의미는 조금 다른 곳에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그곳의 시간은 겉보기에 '재미'와는 거리가 멀어 보입니다. 관람객들이 기대하던 화려한 묘기는 법과 제도의 변화와 함께 사라졌고, 그 빈자리는 상처 난 생선을 골라내고 수조의 모래를 뒤집는 고단한 노동으로 채워졌습니다. 어떤 이들은 "재미없어졌다"고 불평하지만, 사육사님은 그 서운한 시선 너머를 응시하며 묵묵히 대답합니다.
"이제야 비로소 건강해졌습니다."
여기서 '지킨다'는 의미를 다시 비틀어보게 됩니다. 사육사님이 지키려 한 것은 관람객의 박수가 아니라, 벨루가가 가진 '본연(本然)의 모습'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본연의 상태를 회복하는 과정이야말로, 생명이라는 '본질(本質)'에 가장 가까워지는 유일한 길임을 그분은 몸소 보여주고 있습니다.
결국 본질에 가까워진다는 것은 새로운 무언가를 더하는 것이 아니라, 대상을 가리고 있던 인위적인 욕심들을 걷어내는 일입니다. 나를 즐겁게 하던 화려한 쇼를 포기하고, 대상이 가장 그답게 존재할 수 있도록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정성을 다하는 것. 그것이 바로 본연의 가치를 사수하는 이가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숭고한 예의입니다.
님은 지금 무언가를 지키기 위해 애쓰고 계신가요?
혹시 지킨다는 명목하에, 그 대상이 가진 본연의 빛을 가리고 있지는 않나요? 본질에 더 가까워지기 위해, 오늘 기꺼이 걷어내야 할 '인위적인 욕심'은 무엇입니까?
정해진 답은 없을 것입니다. 다만 오늘 하루만큼은 소유하고 싶은 마음을 잠시 내려놓고, 그 존재가 가장 그다울 수 있도록 묵묵히 곁을 지키는 넉넉한 시간이 되시길 소망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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