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급 20달러 받고 로봇 산책시키는 시대
2030년의 우리는 무엇에 지갑을 열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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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스낵이는 기술이 바꾸고 있는 '오늘'을 짚습니다.
멀지 않은 2030년을 상정하고, '현재'를 움직이는 브랜드 세 개를 골라 소비자의 행동이 어떻게 달라질지 그려 봅니다. AI가 사망 예정일을 계산해 주는 앱 Death Clock, 손으로 주무르며 마음을 달래는 장난감 Mellojoy, 로봇에 AI 에이전트를 심는 운영체제 Dimensional입니다.
이들 브랜드를 찾는 소비자는 AI를 둘러싼 흔한 통념과는 다르게 움직입니다. 2030년 스낵이의 일상을 따라가며 그 변화를 살펴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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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① Death Clock
Death Clock은 미국 스타트업 Most Days가 2024년 7월에 출시한 iOS 앱으로, 스스로를 '시간을 되찾고 수명을 늘리는' 서비스라고 소개합니다. 사람들이 오늘의 습관을 남은 수명과 연결 지어 생각하도록 이름을 일부러 도발적으로 지었습니다.
가입할 때 나이와 가족력, 운동·수면·음주 같은 생활 습관을 설문에 입력하면 언제, 어떤 병으로 사망할지 예측해 줍니다. 그 뒤로는 사용자가 매일 기록하는 습관과 스마트워치 데이터, 혈액검사 결과를 반영해 사망 예정일을 새로 계산합니다. 회사는 총 5,300만 명이 참여한 장수 연구 1,200편과 생명보험사의 계리 데이터를 AI에 학습시켜 이 계산을 맡겼고, 의사 여섯 명 안팎으로 구성된 자문단이 결과 보고서를 검토합니다. 심지어 연애나 교우 관계 상태까지 수명 계산에 반영합니다.
2026년 2월부터는 앱에서 혈액검사를 신청해 미국 내 제휴 검사기관에서 채혈할 수 있게 되었으며, 기본 혈액검사는 69달러짜리 구독 상품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AI는 이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맞춤형 예방 계획을 짜 줍니다.
이 앱은 출시 넉 달 만에 다운로드 12만 5천 건을 넘겼고, 2025년 기준 누적 다운로드 100만 건 이상, 유료 가입자 수만 명을 기록했습니다. 사망 예정일이라는 가장 민감한 정보를 소비자가 직접 돈을 내고 받아 본다는 점에서 기존 건강 관리 앱과 결이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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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하는 시간도 수명으로 계산한다
2030년 가을의 어느 월요일 아침입니다. 스낵이는 오전 7시에 눈을 뜨자마자 휴대폰을 집어 들고 Death Clock을 엽니다. 첫 화면에 '이번 달 +41일'이라는 문구가 떠 있습니다. 이번 달에 유지한 좋은 습관 덕분에 남은 수명이 41일 늘었다는 뜻입니다. 앱에는 밤새 스마트워치가 측정한 수면 기록과 지난주 동네 검사소에서 받은 혈액검사 결과가 이미 반영되어 있습니다. 2026년만 해도 마신 물 여덟 잔과 치실 사용 여부까지 일일이 손으로 입력해야 했지만, 이제 스낵이가 직접 적어야 할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오늘따라 유독 차가 막혀 출근길에 평소보다 긴 40분이 걸렸습니다. 스낵이가 핸들을 쥐고 앞차 꽁무니를 노려보는 동안, 자동차는 실내 카메라로 스낵이의 심박수와 호흡을 측정했습니다. 평소보다 높은 심박수가 계속되자 차는 그 기록을 앱으로 전송했습니다. 스낵이가 5년 전 산 첫 차에도 운전자가 졸거나 심장에 이상이 생기면 차를 세우고 구조대를 부르는 기능이 있었지만, 그때는 사고 직전 몇 초 동안만 작동했습니다. 반면 지금 타는 차는 출근길 내내 측정한 생체 수치를 앱으로 보내고, 앱은 이 데이터까지 반영해 남은 수명을 실시간으로 다시 계산합니다.
다음 날인 화요일 아침, 시동을 걸자 스낵이의 AI 에이전트 '바삭이'가 차량 스피커로 먼저 말을 건넵니다. 어제 출근길에 심박수가 높았으니, 오늘은 10분 더 걸리더라도 덜 막히는 강변 도로로 가자고 Death Clock 앱이 제안했다는 것입니다. 스낵이가 그러자고 답하자 바삭이는 내비게이션 경로를 강변 도로로 바꿉니다. 창밖으로 강이 내려다보이는 길을 달리는 동안 심박수는 평소 수준을 유지합니다. 그날 저녁, 앱은 출근길을 바꿔 줄어든 스트레스만큼 남은 수명에 하루를 더해 주었습니다.
수요일 점심은 팀 회식이었습니다. 삼겹살 불판 앞에서는 앱이 아무런 알림도 보내지 않았지만, 그날 밤 잠들기 전에 확인해 보니 남은 수명이 이틀 줄어들어 있었습니다. 스낵이는 다음 회식은 산책하기 좋은 코스로 잡자고 팀장에게 메시지를 보냅니다.
목요일 저녁, 스낵이는 5년 동안 탄 차를 바꾸러 매장에 갑니다. 딜러는 연비를 설명하기에 앞서, 이 차의 실내 센서가 어떤 정보를 Death Clock에 넘기고 어떤 정보를 차 안에서 즉시 삭제하는지부터 안내합니다. 집에 돌아오니 보험사에서 수명 계산 결과를 공유하면 보험료를 할인해 주겠다는 안내문을 보내왔습니다. 스낵이는 앱 설정 화면을 열어 혈액검사 결과만 공유하고, 운전 중 심박수 데이터는 넘기지 않도록 설정합니다.
금요일 저녁 7시,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에 바삭이는 가장 덜 막히는 길을 골라 안내합니다. 밤늦게 집에 돌아와 앱을 열자 남은 수명이 하루 늘어 있습니다. 인간관계까지 수명 계산에 반영하는 앱이다 보니, 기분 좋은 저녁 약속 하나로 수명이 하루 늘어난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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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 트렌드 AI 서비스는 스마트워치, 자동차, 혈액검사가 제각각 측정하던 수치를 한데 모아, 예상 사망일과 매일 늘고 줄어드는 잔여 수명으로 직관적이게 보여 줍니다. 소비자는 가족이나 주치의보다 내 몸을 더 잘 아는 AI 서비스에 가장 민감한 건강 정보를 기꺼이 맡기고, 그 대가로 남은 수명이 며칠 늘었는지 매일 확인하며 안도감을 얻습니다.
INSIGHT | 변화할 소비자 행동
사람은 다른 사람보다 AI 앞에서 더 솔직해집니다. 2014년 남캘리포니아대학교(USC) 연구진의 실험에 따르면, 상담 상대가 사람이 조종하지 않는 순수 컴퓨터라고 믿은 참가자들은 더 민감한 속내를 털어놓고 감정도 솔직하게 드러냈습니다. 누군가에게 평가받을 걱정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사망 예정일이나 혈액검사 결과를 AI 앱에 맡기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입니다. 정보를 내어준 대가를 '늘어난 수명'으로 즉시 확인할 수 있다면, 소비자는 기꺼이 더 많은 개인정보를 내놓습니다. 올해 이미 수만 명이 돈을 내고 자신의 혈액 샘플을 보냈습니다. 이들은 출근길 운전부터 저녁 약속까지, 하루의 일과에 따라 남은 수명이 며칠씩 늘고 줄어드는지 매일 확인하며 마음의 안정을 얻습니다. 앞으로 소비자는 자동차에도 민감한 신체 정보를 맡기게 될 것입니다. 자동차가 운전 중 심박수를 측정해 점수화하고 평소 생체 리듬과 건강 상태를 살펴 주면, 소비자는 스마트폰 앱이나 차량 화면으로 그 결과를 확인합니다. 자연스레 자동차를 스마트워치 같은 거대한 헬스케어 기기이자 일상적인 AI 앱의 연장으로 여기며 정보를 맡기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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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② Mellojoy
Mellojoy는 중국 기업이 만든 스퀴시(손으로 쥐며 촉감을 즐기는 장난감) 브랜드로, 2025년 4월 일본 법인을 설립하고 그해 6월 틱톡 샵(TikTok Shop) 출시에 맞춰 판매를 시작했습니다. 브랜드가 내세우는 핵심 가치는 '치유(癒やし)'입니다. 창업자인 팡쿤(方堃) CEO는 이 제품을 단순한 장난감이 아니라 마음을 달래는 '정서 치유(情绪治愈)' 상품으로 설계했다고 말합니다.
모든 제품은 입에 넣어도 무해한 식품 등급 실리콘으로 만들며, 마감 작업은 장인이 일일이 손으로 해냅니다. 손가락이 빵 반죽처럼 깊숙이 파묻히는 특유의 촉감은 개발 담당자가 재료 배합을 실수한 데서 우연히 탄생했는데, 이후 100명이 넘는 연구개발 인력이 시장 반응을 살피며 제품을 계속 개선하고 있습니다.
공식 온라인몰과 틱톡 라이브 방송을 통해 하루 딱 두 번만 판매하는데, 물량이 풀릴 때마다 몇 분 만에 품절되고 중고 거래 가격은 정가의 두 배를 훌쩍 넘깁니다. 출시 1년 3개월 만에 일본 현지 연 매출 약 70억 엔을 달성했고, 전 세계 매출 90억 엔 가운데 80% 가까이가 일본에서 나옵니다. 사진만으로는 알 수 없는 촉감을 라이브 방송에서 진행자가 직접 주물러 보여 주는 방식으로 판매해 큰 성공을 거두었으며, 바로 이 점이 기존 장난감 브랜드와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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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에이전트에게 맡기지 않는 물건
2030년 겨울의 어느 수요일입니다. 세 시간 넘게 이어진 회의 끝에, 스낵이는 사무실 책상 위에 놓아둔 스퀴시를 집어 듭니다. 손가락으로 천천히 누르자 손끝이 부드러운 반죽처럼 잠겼다가 느릿하게 올라옵니다. 옆자리 동료가 어디서 샀느냐고 묻자, 스낵이는 말없이 저녁 8시에 시작하는 Mellojoy 라이브 방송 링크를 보내 줍니다.
스낵이는 어릴 적 문구점에서 값싼 폴리우레탄 스펀지 스퀴시를 사서 가지고 놀았고, 20대에는 상자를 열기 전까지 무엇이 들어 있는지 알 수 없는 '라부부' 피규어를 줄 서서 사 모으는 재미에 빠졌었습니다. 하지만 직장인이 된 지금 책상 위에 올려둔 이 스퀴시는 장식장에 모셔 두는 수집품이 아닙니다. 회의가 길어지거나 보고서 작성이 막힐 때마다 손에 쥐고 주무르며 긴장을 푸는 실용적인 위안거리입니다.
퇴근길, 자동차가 자율주행 구간에 들어서자 스낵이는 핸들에서 손을 떼고 실내 화면을 켭니다. 저녁 8시 정각에 Mellojoy 라이브 방송이 시작됩니다. 진행자가 새로 나온 수플레 모양 스퀴시를 직접 눌러 보여 주자, 채팅창에는 진행자의 이름을 부르며 반가워하는 인사말이 쉴 새 없이 올라옵니다. 스낵이의 AI 에이전트 바삭이는 세제나 생수, 간식이 떨어질 때쯤 알아서 주문해 주지만, 이 스퀴시만큼은 스낵이가 직접 '장바구니 담기' 버튼을 누릅니다. 몇 분 만에 끝나는 치열한 판매전에서 내 손으로 직접 버튼을 눌러 쟁취하는 과정 자체가 즐겁기 때문입니다. 바삭이도 주인의 이런 취향을 알고 있어서, 8시가 되면 다른 알림을 차단하고 결제 화면만 띄워 둔 채 대기합니다. 담기 버튼을 누르고 3분 뒤에 품절 표시가 떴습니다. 스낵이는 이번에도 놓치지 않고 신상 스퀴시를 손에 넣었습니다.
결제가 끝나고 차 안이 조용해지자, 바삭이는 실내 조명을 낮추며 이달에 새로 나온 휴식 프로그램을 권합니다. 스낵이가 5년 전에 탔던 첫 차에도 마사지와 조명, 향기, 음악을 결합한 실내 휴식 모드가 있었습니다. 지금 타는 차에서는 이런 기능이 기본으로 제공되고, 매달 새로운 테마 프로그램이 업데이트됩니다. 오늘 밤에는 방금 산 스퀴시와 잘 어울리는 포근한 분위기의 프로그램을 켜고 집까지 눈을 감은 채 이동합니다.
다가오는 토요일은 좋아하는 Mellojoy 라이브 진행자의 생일입니다. 스낵이는 아침 일찍 바삭이에게 축하 메시지를 미리 보내 두라고 일러둡니다. 4년 전 도쿄에서 열린 첫 오프라인 행사가 몰려든 인파로 중단되었을 때, Mellojoy 측이 아이들의 기대를 지켜 주지 못했다며 먼저 정중히 사과하고, 다음 날 다시 현장을 찾은 고객들이 직원들에게 위로의 초콜릿을 건네던 따뜻한 풍경을 스낵이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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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 트렌드 AI가 일상적인 장보기와 결제를 대신해 줄수록, 사람들은 직접 고르고 손으로 만져 보며 교감하는 물건에 더 많은 돈과 정성을 쏟습니다. 그래서 정서적 위안을 파는 브랜드는 구매 과정을 일부러 느리고 까다롭게 설계합니다. 정해진 시간에만 한정 판매하거나, 사람이 직접 시연해 보이거나, 기꺼이 기다리고 찾아다니는 수고를 들여야만 손에 넣을 수 있게 만드는 브랜드가 늘어납니다.
INSIGHT | 변화할 소비자 행동
소비자는 쉽게 얻은 물건보다 자신의 취향을 깊이 반영해 수고롭게 손에 넣은 물건을 훨씬 더 아낍니다. 생필품 구매는 AI 에이전트에게 맡기더라도, 마음을 달래고 활력을 되찾는 일이나 남에게 보이기 싫은 사적인 영역은 끝까지 자신의 손으로 직접 해결하려 합니다. 무엇을 AI에 맡기고 무엇을 직접 할지 스스로 결정하려는 통제 욕구는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사라지지 않습니다. 자동차를 고를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차가 단순한 출퇴근 수단인 사람은 차종 선택까지 AI나 구독 서비스의 추천에 맡기지만, 차 안에서 보내는 시간 자체를 즐기는 사람은 직접 시승해 보고 고르는 과정을 고집합니다. 자동차는 지극히 사적인 공간인 동시에 늘 사고의 위험이 따르는 곳입니다. 그래서 소비자는 차 안에서 AI에 모든 것을 맡기기보다 자신이 직접 통제해야 할 영역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며, 손끝으로 직접 누르고 돌리는 물리적인 버튼 조작을 다시 찾고 있습니다. AI가 대신해 주는 일이 늘어날수록, 소비자는 역설적이게도 자신이 직접 고르고 조작할 몫을 남겨 둔 브랜드에 매력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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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③ Dimensional
Dimensional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스타트업으로, 스스로를 '물리적 공간의 운영체제'라고 소개합니다. 이 회사는 로봇 하드웨어를 직접 만들지 않습니다. 대신 사람이 말로 명령하면 AI 에이전트가 어떤 제조사의 로봇이든 똑같이 움직이게 해 주는 오픈소스 운영체제 'dimOS'를 개발합니다.
dimOS는 사람의 말을 로봇의 물리적 동작으로 번역합니다. 사용자가 평소 쓰는 AI 에이전트에게 말로 지시하면, dimOS는 그 명령을 유니트리Unitree의 사족보행 로봇이든, 휴머노이드든, 로봇 팔이든, 드론이든 가리지 않고 동일한 코드로 전달해 작동시킵니다. 회사는 이 소프트웨어를 시험하기 위해 미국·중국·독일 제조사에서 사족보행 로봇 100여 대와 휴머노이드 50대를 직접 사들였습니다.
그런데 AI 에이전트에게 로봇 개를 맡겨 거리를 걷게 해 보았더니, AI만으로는 아직 로봇을 능숙하게 다루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Dimensional은 사람이 로봇을 직접 가르치는 방식으로 운영체제를 고도화하고 있습니다. 지난 10월에는 시급 20달러에 사람들을 고용해, 대당 2,000달러짜리 로봇 개를 하루 4~6시간씩 샌프란시스코 거리에서 산책시키도록 했습니다. 로봇의 카메라와 센서는 사람이 이끄는 이동 경로를 그대로 기록하고, 회사는 이 데이터를 로봇이 스스로 걷는 법을 익히는 학습 자료로 활용합니다. 만약 로봇이 과열로 멈추면 고용된 직원이 15kg짜리 로봇을 직접 안고 복귀합니다.
Dimensional은 이처럼 사람이 중간에서 거드는 방식으로 로봇을 훈련하며 운영체제를 완성해 가고 있으며, 공장이나 데이터센터, 건설 현장, 경비 업무에 투입할 로봇부터 이 방식을 적용해 가르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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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의 가정교사
2030년 봄의 어느 저녁입니다. 스낵이는 거실 바닥에 앉아 가사 로봇 '차곡이'가 보는 앞에서 수건을 천천히 개고 있습니다. 집에 들어온 지 3주째인 차곡이는 아직 수습 기간입니다. 수건은 세 번에 한 번꼴로 삐뚤게 개고, 식기세척기 문 앞에서는 어떻게 열어야 할지 몰라 한참을 멈춰 서 있곤 합니다. 차곡이는 내장 카메라로 스낵이의 손동작을 보며 따라 배우고, AI 에이전트 바삭이는 그 영상을 차곡이의 학습 서버로 전송합니다. 그래도 오늘은 차곡이가 수건 모서리를 반듯하게 맞추는 데까지 성공했습니다.
스낵이는 차곡이를 들일 때 두 가지 구독 요금제 중 집 안 촬영 영상을 AI 학습에 제공하는 조건으로 할인을 받는 요금제를 골랐습니다. 대신 촬영 구역은 거실과 부엌으로만 제한하고 침실은 접근을 막아 두었습니다. 지난 수요일에는 차곡이가 베란다 문턱에 걸려 멈춰 서자, 바삭이가 원격 도우미를 호출할지 물었습니다. 스낵이가 승인하자 해외에 있는 원격 직원이 차곡이의 카메라로 거실 상황을 보며 3분 동안 로봇을 대신 조종해 문턱을 넘겼고, 작업이 끝나자 바삭이는 원격 접속 기록을 꼼꼼히 남겨 두었습니다.
스낵이가 다니는 회사 풍경도 비슷합니다. 복도에서 서류와 택배를 나르는 로봇이 한창 수습 기간을 거치고 있고, 총무팀 직원 한 명에게는 '로봇 교육 담당'이라는 새로운 직함이 생겼습니다. 퇴근길 동네 공원에서는 사람 손에 이끌려 배달 경로를 익히는 배송 로봇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여전히 로봇을 달가워하지 않는 이웃도 있습니다. 아이들이 노는 놀이터 입구에는 '반려로봇 동반 금지' 표지판이 세워졌습니다. 4년 전 Dimensional 사무실에 로봇 개가 무기로 악용될 것이라며 직원을 협박하는 문자가 날아든 사건 이후로 이런 표지판이 부쩍 늘었습니다.
스낵이는 지난겨울 차량 구독 서비스를 갱신했습니다. 주행 영상과 운전 습관 데이터를 AI 학습용으로 제공하면 월 구독료를 깎아 주는데, 데이터 제공 기간과 범위에 따라 할인율을 직접 고를 수 있는 옵션이 생겼습니다. 스낵이는 6개월 동안 데이터를 제공하는 조건으로 구독료 43% 할인을 선택했습니다. 다만 집 안에서 침실 촬영을 막았듯, 집 앞 골목길을 지날 때의 주행 영상은 제공 대상에서 제외했습니다. 과거 GM이 운전자 동의 없이 주행 데이터를 외부에 팔았다가 미국 규제 당국의 철퇴를 맞은 뒤로, 이처럼 세밀한 데이터 제공 옵션은 차량 구독 계약의 필수 항목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마침 수건을 다 갠 스낵이는 차곡이에게 "내일 또 연습하자"라고 말하며 거실 불을 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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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 트렌드 2030년에는 로봇이 일상 공간으로 들어와 사람과 본격적으로 관계를 맺기 시작할 것입니다. 로봇이 인터넷상의 방대한 글과 영상을 아무리 학습해도, 결국 사람 곁에서 직접 보고 따라 해야만 각 가정의 집안일을 제대로 익힐 수 있기 때문에 '로봇을 가르치는 일' 자체가 하나의 상품이 됩니다. 로봇을 구매하면 우리 집 환경에 맞게 길들이는 교육 서비스가 따라붙고, 원격 교사가 개입해 돕는 요금제나 소비자가 직접 로봇을 가르치는 대신 구독료를 할인받는 결합 상품이 보편화됩니다. 로봇이 서툴게 일을 배우는 이 과도기 동안, 기업들은 로봇을 가르칠 사람과 실제 가정 내 데이터를 남보다 먼저 확보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할 것입니다.
INSIGHT | 변화할 소비자 행동
소비자는 로봇을 집에 들이는 순간 단순한 사용자를 넘어 로봇의 선생님이 됩니다. 데이터만 입력하면 기계가 알아서 완벽히 작동할 것이라 믿었던 인터넷 시대와 달리, 물리적 로봇 시대의 소비자는 로봇의 서툰 수습 기간을 함께 견디며 우리 집만의 규칙과 방식을 직접 가르칩니다. 사람이 로봇에게 일일이 명령을 내리는 대신 AI 에이전트가 로봇과 소통하며 업무를 조율하고, 사람은 로봇에게 무엇을 가르칠지, 문제가 생겼을 때 외부 도우미를 부를지 말지를 결정하는 '감독관' 역할을 맡게 됩니다. 또한 소비자는 로봇에게 집 안 풍경을 어디까지 보여 줄지 스스로 결정하고, 원격 직원이 로봇에 접속할 때마다 건건이 승인하거나 거절하는 권한을 행사합니다. 사생활을 더 많이 보여 줄수록 로봇이 빨리 배우고 이용 요금도 저렴해지지만, 소비자는 금전적 할인보다 '누가, 언제 내 공간을 들여다볼지 통제하는 권한'을 최우선으로 챙깁니다. 자동차에서도 똑같은 거래가 이루어집니다. 운전 습관과 차량 실내외 영상을 학습용으로 내어주는 대가로 비용을 할인받되, 할인 폭과 데이터 제공 기간을 스스로 조절하고 사생활 노출 범위를 가장 세밀하게 설정할 수 있는 브랜드를 선택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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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알던 통념과 다른 세 가지
지금까지 우리는 사람들이 귀찮은 일만 AI에 맡기고 민감한 개인정보는 철저히 숨길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Death Clock의 소비자는 자신의 신체 기록과 잔여 수명이라는 가장 민감한 정보를 기꺼이 AI에 맡기고, 오히려 돈을 내면서까지 매일 늘고 줄어드는 수명을 확인하며 안도감을 얻습니다. 사람은 타인보다 AI 앞에서 더 솔직해지며, 정보를 내어준 대가를 '수명 연장'이라는 즉각적인 보상으로 확인할 수 있다면 주저 없이 더 많은 데이터를 내놓습니다.
AI가 모든 것을 효율화하면 느리고 번거로운 소비 방식은 자연히 사라질 것이라고들 했습니다. 그러나 Mellojoy의 소비자는 정해진 시간에 맞춰 접속해 몇 분 안에 직접 장바구니에 담아야 하는 수고를 기꺼이 즐기며, 손으로 인형을 주무르며 위안을 얻는 일만큼은 AI 에이전트에게 맡기지 않습니다. 무엇을 위임하고 무엇을 내 손으로 직접 할지 결정하려는 통제 욕구는 기술이 발전해도 줄어들지 않으며, 소비자는 자신이 직접 개입할 여지를 남겨 두는 브랜드를 선택합니다.
데이터만 충분히 입력하면 기계가 무엇이든 알아서 해낼 것이라는 믿음도 인터넷 시대의 착각이었습니다. 로봇은 세상의 모든 글과 영상을 학습하더라도, 사람 곁에서 직접 보고 따라 하는 과정을 거쳐야만 비로소 수건 한 장을 제대로 갭니다. 소비자는 로봇을 사는 순간 선생님이자 감독관이 되며, 집 안을 어디까지 공개할지와 외부인의 원격 접속을 언제 허용할지 스스로 결정합니다.
결국 이 세 가지 변화에서 소비자가 내리는 핵심 결정은 결국 하나입니다. 신체 정보, 집 안 영상, 운전 습관 같은 지극히 사적인 데이터를 AI와 로봇에게 '어느 범위까지, 어떤 조건으로 허용할 것인가'를 소비자가 직접 통제한다는 점입니다. 올해에도 각국 규제 당국과 기업들은 이 문제를 가장 비중 있게 다뤘습니다. 유럽연합(EU)은 운전자 모니터링 카메라의 데이터를 외부로 전송하지 않고 차 안에서만 처리한 뒤 즉시 삭제하도록 법제화했고, 로봇 기업 NEO는 원격 직원이 로봇에 접속할 때마다 사용자의 사전 승인을 받도록 했으며, 자율주행 기업 웨이모(Waymo)는 해외 원격 상담원의 개입 문제로 미국 상원 청문회에 불려 나갔습니다. 2030년의 소비자는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고를 때 개인정보 제공 범위를 조절하는 설정 화면부터 먼저 살펴보고, 같은 가격이라면 내 데이터 통제권을 더 세밀하게 보장해 주는 브랜드를 선택할 것입니다.
앞으로의 과제
어쩌면 이러한 변화를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극적으로 마주할 곳은 자동차, 즉 모빌리티 산업일지도 모릅니다. 자동차는 실시간으로 운전자의 건강 상태를 측정하고, 운전자는 차 안에서 보내는 하루 한두 시간을 온전히 자신의 뜻대로 누리고 싶어 하며, 자율주행 무인택시는 사람의 운전 데이터를 배워 가며 주행 실력을 익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AI 모빌리티를 만드는 기업이 풀어야 할 과제도 세 가지로 압축됩니다.
첫째, 운전자에게서 수집한 민감한 생체 정보를 바탕으로 운전자가 안심할 수 있는 명확한 혜택을 돌려주고, 그 데이터가 어디로 흘러가는지 운전자가 직접 통제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둘째, 지극히 사적이면서도 안전이 직결된 공간인 차 안에서 운전자가 직접 조작하고 싶어 하거나 반드시 직접 통제해야만 하는 물리적 영역을 남겨 두어야 합니다. 셋째, 운전자의 어떤 주행 데이터를 AI 학습에 활용할지 투명하게 밝히고, 그 대가로 제공되는 할인 폭과 데이터 공유 기간을 운전자가 스스로 세밀하게 고를 수 있게 해야 합니다.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올해 7월부터 유럽에서 새로 등록되는 모든 차량에는 운전자의 시선을 감지해 전방 주시 태만을 경고하는 장치가 의무적으로 장착되고 있으며, 중국의 로봇 훈련센터에서는 오늘도 사람들이 하루 수백 번씩 옷을 개며 휴머노이드 로봇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Mellojoy는 일본에서 하루 두 번 한정 판매를 이어 가며 매번 몇 분 만에 완판 기록을 쓰고 있습니다. 우리가 그려 본 2030년 스낵이의 일상은 이미 우리 곁에서 시작된 변화의 연장선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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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Snackletter]
📍 Writer: HMG경영연구원 미래트렌드연구팀 근무 중인 스낵지기
🛡️ Safety: 업무 보안 상 저촉/이슈가 없는 공공/외부 데이터 기반 작성
🤖 Assistant: AI 보조작가 스낵이와 잡지사 출신 에디터 K, 초안 작성만 하고 책임감 없는 J, 국내외 팩트 전문 선별자 F, 국립국어원 출신 감수자 H, 과학기술크리에이터 G라는 에이전트 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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