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
이번 주가 봄의 절정이라, 금요일엔 예술의 전당을 거닐었습니다. 포근한 날씨에 야외 무대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듣는 것만으로도 그저 즐거웠습니다. 봄이 온 거죠. 저는 주로 평일, 회사를 마치고 뛰어가서 취소표를 찾습니다. 현장에서 나온 취소표나 B석 정도를 고르는데, 공연이 시작되면 마치 다른 차원으로 이동한 기분이 듭니다. 그 시간만큼은 '나'에게서 멀어집니다. 때론 공연을 관람하지 않고, 의자에 앉아 아이들과 담소를 나누는 가족들을 바라보기도 합니다. 그저 바라보고만 있을 뿐인데, 연주자들이 교향악에 집중하며 소리를 켜올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제 눈엔 그 모습 자체가 한 편의 작품입니다. 아, 그런데 저는 클래식을 잘 모릅니다. 그래서 어떤 공연이든 편견이 없습니다. 일상에서는 의식적으로 귀를 닫아야 할 때가 많지만, 그곳에서만큼은 귀를 열어도 — 아니, 저절로 귀가 열리는 경험을 합니다. 이 즐거움은 아마, 인간만이 아는 '누리는' 기쁨일지 모릅니다. 님도 오늘 하루를 마음껏 향유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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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Hilti의 멈추지 않는 현장
- 구독은 겉모습이고, 본게임은 운영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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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은 고객에게 설명하기 쉬운 말입니다. 매달 내고, 계속 쓰고, 필요하면 멈춘다는 구조가 익숙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기업 안에서 실제로 돌아가는 모델은 종종 다릅니다. 많은 제조업은 지금 제품을 한 번 넘기고 끝내는 방식에서 벗어나, 관리·유지보수·추적·성능 유지까지 사업 안으로 끌어들이고 있습니다. 겉으로는 월 과금처럼 보여도, 실상은 운영을 안으로 가져오는 모델에 가깝습니다.
Hilti는 그 변화를 읽기에 좋은 사례입니다. Hilti는 1941년 리히텐슈타인 샨에서 Martin Hilti와 Eugen Hilti 형제가 세운 회사입니다. 브랜드명도 창업 가문의 성에서 왔습니다. 회사는 자신을 전문 건설 산업을 위한 기술·소프트웨어·서비스 기업으로 소개합니다. 이들에 따르면 Hilti는 2024년 매출은 64억2900만 스위스프랑, 임직원 수는 3만4천여 명입니다. 최근 환율을 적용하면 매출은 약 12.1조원 수준입니다.
이 회사의 핵심 고객도 분명합니다. 일반 소비자가 아닙니다. Hilti는 전문 건설 시장을 위한 기업이라고 밝히고, 전략의 중심에 직접적 고객관계를 둡니다. Hilti는 하루 약 30만 건의 고객 접점을 갖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주고객은 취미용 사용자가 아니라, 공정 지연·안전·유지관리 비용을 실제로 감당하는 시공사와 현장 관리자, 엔지니어, 설계·시방 담당자, 건물주 쪽입니다. 이 고객들에게 중요한 것은 공구 한 대의 소유보다 현장이 멈추지 않는 상태입니다.
Hilti는 무엇을 파는가
Hilti 전략 페이지를 보면 이 회사가 무엇을 파는지 더 분명하게 읽힙니다. 목적은 Making Construction Better입니다. 고객에게 약속하는 것은 생산성, 안전, 지속가능성입니다. 가치를 만드는 방식은 리더십입니다. 그 리더십의 기반은 차별화와 직접적 고객관계입니다. 요컨대, 더 좋은 공구를 만드는 데서 그치지 않고 고객의 현장을 더 잘 굴리게 만드는 쪽으로 가겠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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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 모델은 단순한 구독이 아닌가
이 전략이 실제 서비스로 구현된 것이 Fleet Management와 ON!Track입니다. Fleet Management는 월 고정요금 안에 공구 사용, 서비스, 수리 비용을 묶습니다. Hilti는 이 서비스를 10년 넘게 운영해 왔고, 100만 개 이상의 공구가 계약 아래 있으며, 전 세계 10만 고객이 사용 중이라고 설명합니다. ON!Track은 어떤 장비가 어디에 있고, 누가 쓰고 있고, 언제 점검이나 교정이 필요한지를 알려주는 장비 관리 솔루션입니다. 고객이 돈을 내는 이유는 공구를 더 많이 갖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공구가 제때 있고, 제때 작동하고, 제때 관리되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름보다 실체입니다. 이 모델을 모두 같은 ‘구독’으로 묶어 부르면 핵심이 흐려집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Hilti는 전형적인 성과기반 운영 모델과는 조금 다릅니다. 생산성 몇 퍼센트 향상처럼 최종 결과에 보상이 직접 연동되기보다, 고객이 하던 수리·추적·점검·교체·비용 관리의 상당 부분을 사업 안으로 가져오는 쪽에 더 가깝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Hilti를 설명할 때는 운영을 흡수하는 모델이라는 표현이 더 잘 맞습니다. 이 판단은 Hilti의 서비스 구조를 바탕으로 한 해석입니다.
여기서 한 가지는 구분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운영을 사업 안으로 가져오는 모델이 모두 같은 것은 아닙니다. Hilti는 전형적인 성과기반 운영 모델이라기보다, 고객이 하던 수리·추적·점검·교체·비용 관리의 상당 부분을 사업 안으로 가져오는 쪽에 더 가깝습니다. 그래서 Hilti를 설명할 때는 운영 흡수형 모델이라는 표현이 더 잘 맞습니다.
이 차이를 보여주는 비교선이 Signify입니다. Signify의 Light as a Service는 설계, 설치, 운영, 유지관리까지 묶고, 고객에게 사전에 합의한 서비스 수준과 시스템 성능을 제공한다고 설명합니다. 이 경우 고객은 조명 설비를 사는 것이 아니라, 일정 수준의 조명 성능과 운영 상태를 산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Signify는 성과 약속형 모델에 더 가깝고, Hilti는 운영 흡수형 모델에 더 가깝습니다. 둘 다 월 과금처럼 보이지만, 실제 구조는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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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제조업은 운영 안으로 들어가는가
이유는 세 가지입니다.
첫째, 제품만으로는 차별화가 짧아졌기 때문입니다.
둘째, 운영에 들어가야 데이터가 쌓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야 자산 상태, 사용 패턴, 유지보수 시점, 고객의 불편을 더 정확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셋째, 관계가 길어지기 때문입니다. Hilti가 직접적 고객관계를 전략의 축으로 두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정리하면 제조업은 더 많이 파는 쪽보다, 더 오래 관리하는 쪽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이 문장은 Hilti의 전략과 서비스 구조를 바탕으로 한 해석입니다.
마지막 사업자의 역할은 더 커진다
이 변화가 더 중요한 이유는 마지막 접점의 역할이 바뀌기 때문입니다. 부품사와 솔루션 기업이 운영의 일부를 맡는다고 해서 마지막 사업자가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역할이 더 선명해집니다. 마지막 사업자는 이제 개별 기능을 따로 파는 판매자가 아니라, 여러 운영 모듈을 하나의 경험으로 묶는 오케스트레이터에 가까워집니다. 부동산에서는 이미 이런 장면이 보입니다. Yardi의 RentCafe Living은 입주자가 하나의 로그인으로 결제, 유지보수 요청, 계약 갱신, 리워드까지 처리하게 합니다. 설비와 서비스가 뒤에서 나뉘어 있어도, 고객은 하나의 창구를 만납니다.
이 지점에서 진짜 질문이 시작됩니다. 제품을 얼마나 더 넣을 것인가가 아닙니다. 고객이 얼마나 덜 신경 쓰게 만들 것인가입니다. 배터리, 소프트웨어, 충전, 유지보수, 보험, 중고 가치가 따로 흩어져 있으면, 고객은 기능을 산 것이 아니라 번거로움을 떠안은 셈이 됩니다. 반대로 마지막 사업자가 이 조각들을 매끄럽게 묶으면, 고객은 제품보다 경험을 기억합니다. 구독은 이 경험을 설명하는 바깥 언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안쪽에서 돌아가는 진짜 모델은, 운영을 어디까지 안으로 가져왔는가에 따라 갈립니다. 이 해석은 앞서 본 Hilti, Signify, Yardi 사례를 종합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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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은 설명 방식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경쟁은 다른 곳에서 벌어집니다. 누가 고객의 운영 부담을 더 많이 안으로 가져오고, 그것을 더 매끄러운 경험으로 바꿔 내느냐가 핵심입니다. 제조업이 운영까지 다루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제품만으로는 짧아진 차별화, 운영에서 쌓이는 데이터, 길어지는 관계가 한 번에 걸려 있기 때문입니다. 마지막 사업자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여러 운영 역량을 묶어 최종 고객과 만나는 오케스트레이터로 더 중요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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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배터리에서도 같은 흐름이 나타납니다. LG에너지솔루션의 Better.Re는 운전·충전·주차 데이터를 바탕으로 배터리 상태를 진단하고, 배터리 수명 연장과 비용 절감을 돕는 통합 배터리 수명 관리 솔루션으로 소개됩니다. 2026년 4월에는 SDVerse 참여를 통해 배터리 제조를 넘어 소프트웨어와 서비스로 사업 범위를 넓히고 있다고도 밝혔습니다. 본문에는 넣지 않았지만, 제조업이 제품 이후의 관리와 운영으로 이동하는 흐름을 볼 때 함께 참고할 만한 사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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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이단아, 에크만
- 발레를 ‘재밌게’ 만들겠다고 선언한 안무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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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위에 5,000리터의 물을 부어 진짜 호수를 만든 사람이 있어요. 파리에서 가장 격식 있는 극장인 가르니에 오페라 무대에 녹색 공 4만 개를 쏟아부은 것도, 2024년 패럴림픽 개회식에서 콩코르드 광장을 통째로 무대로 바꾼 것도 같은 사람이에요. 스웨덴 출신 안무가 알렉산더 에크만Alexander Ekman. 그는 스스로를 '쇼맨'이라 불러요.
그러나 발레계에서 ‘쇼맨’이라는 단어는 전통적으로 칭찬의 의미로 사용되지 않았습니다. 적어도 그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말이죠.
발레학교가 지루했던 아이
에크만의 경력은 정통 중의 정통에서 시작됩니다. 그는 스톡홀름 왕립발레학교에서 7년간 훈련받았고, 16세에 왕립 스웨덴 발레단에 입단했습니다. 학교의 반복되는 루틴이 너무 지루했던 그는 왕립 오페라극장의 예술감독을 직접 찾아가 입단 계약을 따냈다고 합니다. 이는 졸업을 2년 앞당긴 파격적인 행보였습니다. 이후 에크만은 세계 정상급 현대무용단인 네덜란드 댄스 시어터(NDT)의 주니어 컴퍼니와 스웨덴을 대표하는 현대무용단 쿨베리 발레단을 거치며 탄탄한 기본기를 다졌습니다.
에크만에게 전환점은 NDT 시절 열린 안무 워크숍 ‘스위치(Switch)’였습니다. 무용수들이 직접 안무를 만들어보는 자리에서 에크만은 세 명의 여성 무용수가 리듬에 맞춰 기침하는 기발한 작품 스윙글 시스터즈를 선보였습니다. 관객이 웃음을 터뜨렸고, 에크만은 그 순간이 자신의 운명을 결정했다고 말합니다. “내 아이디어가 관객에게 전달되고, 그들이 반응하는 순간, 그 연결을 처음 느꼈을 때, 나는 완전히 빠져들었다.” 그는 21세라는 젊은 나이에 전업 안무가로 전향하며 자신만의 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발레와 현대무용의 세계에는 오래된 위계가 있어요. '진지한 예술'과 '대중적 엔터테인먼트'는 다르다는 것. 관객을 웃기는 건 가볍고, 깊이 있는 작품은 쉽게 웃기지 않는다는 암묵적 인식이죠.
에크만은 이 위계를 정면으로 건드린 사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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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26세), 에크만은 네덜란드 댄스 시어터를 위해 캑타이(Cacti)를 만들었어요. 16명의 무용수가 거대한 스크래블 타일 위에 갇혀 서 있어요. 현악 4중주가 무대 위에서 라이브로 연주하는 사이, 무용수들은 손뼉과 발구름으로 군사적 정밀도의 리듬을 만들어내요. 무용수들이 80년대 스쿨 댄스 같은 동작을 추다가, 갑자기 폴리네시안 핸드클랩으로 전환하고, 그러다 멈추고, 포즈를 잡고, 미소를 짓죠. 그 사이 녹음된 나레이션이 흘러나와요. 가상의 비평가가 무용수들이 선인장 화분을 안고 서 있는 장면을 지극히 심각하게 분석하는 목소리예요. "선인장은 서브텍스트의 호스트입니다… 감지하기엔 너무 미묘한." 그저 선인장을 들고 서 있을 뿐인데 거기서 '서브텍스트'를 읽어내겠다는 거죠. 무대 위 상황과 비평가의 해설의 격차가 너무 커서, 관객은 웃음을 터뜨려요.
캑타이는 에크만이 비평에 시달리며 느낀 감정을 날카로운 반박이 아니라 유쾌한 패러디로 풀어낸 작품이에요. 에크만은 이 작품에 대해 "예술을 관찰하고 '이해'하려는 우리의 강박에 관한 작품이다, 정답은 없고 누구나 자기 방식으로 경험하면 된다"고 말했어요. 캑타이는 이후 전 세계 20개 이상의 무용단이 레퍼토리로 채택해, 에크만의 이름을 국제 무대에 알린 출세작이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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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을 해체하고, 무대를 뒤엎다
에크만의 작품 세계가 본격적으로 폭발한 건 30대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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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30세), 에크만은 노르웨이 국립발레단과 백조의 호수를 만들었어요. 이 작품은 차이콥스키의 원작과 완전히 다릅니다. 에크만은 작곡가 미가엘 칼송에게 새 음악을 의뢰하고, 패션 디자이너 헨릭 빕스코프에게 의상을 맡기고, 무대 바닥에 5,000리터의 물을 실제로 부었어요. 무용수들이 물속에서 춤추는 장면은 발레 역사에서 전례가 없는 시도였어요. 에크만은 '백조의 호수'라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발레의 이름을 빌려, 그 안에 완전히 새로운 초현실주의적 세계를 구축한 거예요.
2015년(31세), 에크만은 스웨덴 왕립발레단과 한여름 밤의 꿈을 초연했어요. 이 작품 역시 셰익스피어의 원작과는 무관해요. 에크만이 출발점으로 삼은 건 스웨덴의 하지(夏至) 축제 전통이에요. 1막에서 무용수들은 무대를 가득 채운 건초 더미 속에서 춤추고, 메이폴 주위를 돌며 건배 노래를 불러요. 스웨덴 팝 가수 안나 폰 하우스볼프가 라이브로 노래하고, 축제의 황금빛 온기가 무대를 채우죠. 그런데 2막에서 주인공의 꿈은 악몽으로 바뀌어요. 머리 없는 남자들이 비틀거리며 걸어 다니고, 하늘에서 물고기가 떨어지고, 성적 긴장과 기괴한 타블로가 펼쳐져요. 클래식 발레의 포인트 동작과 현대무용의 자유로운 몸짓을 하나의 장면 안에서 자연스럽게 뒤섞는 것—한 비평가는 이 융합이야말로 이 작품을 차별화하는 핵심이라고 평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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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치와 광장
2022년(38세), 에크만은 예테보리 오페라 댄스컴퍼니와 해머(Hammer)를 초연했어요. 이 작품은 에크만이 그리스의 한 식당에서 목격한 장면에서 시작됐어요. 10대들이 떠들다가 카메라가 켜지자 순식간에 '자연스러운 척'으로 전환하던 모습이었죠.
1막에서 28명의 무용수는 살색에 가까운 의상을 입고, 한 덩어리로 뭉쳤다가 흩어지며 인간 군집의 원형을 형상화해요. 2막에서는 검은 정장과 선글라스를 갖춘 무용수들이 서로 다른 높이의 의자에 앉아 위계 구조를 시각화하고, 뒤편 스크린에는 성형·필터로 왜곡된 얼굴들이 연속으로 등장해요. 그러다 무용수들이 갑자기 객석으로 난입하고, 한 무용수가 망치를 들어 올리면 번개가 치고, 무대는 암흑으로 꺼져요. 정적 뒤에, 공연은 처음의 장면으로 되돌아가요. 에크만은 이 작품에 대해 "인류는 스스로를 찍기 시작했다, 우리는 이제 각자의 카메라가 됐다"고 말했어요. 자기연출이 일상이 된 시대에 '진짜 나'란 무엇인가를 묻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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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40세), 에크만은 파리 패럴림픽 개회식의 연출 및 안무 총감독을 맡았어요. 콩코르드 광장 4,500㎡ 무대에서, 장애를 가진 16명의 전문 퍼포머를 포함한 140명의 아티스트가 함께했어요. 에크만은 2년간 패럴림픽 선수들과 직접 시간을 보내며 사전 리서치를 한 뒤에 이 무대를 만들었어요. 개회식의 공식 주제는 "불협에서 화합으로(From Discord to Concord)"였어요. 포용을 주장하면서도 편견이 남아 있는 사회의 모순을 정면으로 다룬 무대였죠.
에크만이라는 문법
20년간 약 50편의 작품을 관통하는 에크만의 특징을 정리하면 이래요.
첫째, 에크만의 무대에는 항상 '물리적 사건'이 있어요. 물, 건초, 공, 망치—이것들은 장식이 아니라, 무용수의 움직임과 결합해 작품의 서사를 만드는 장치예요. 둘째, 에크만은 스스로를 '리듬 프리크(rhythm freak)'라고 불러요. 무용수들의 몸이 악기가 되어 손뼉, 발구름, 구둣굽 소리로 복잡한 타악 패턴을 만들어내는 장면이 거의 모든 작품에 등장해요. 셋째, 에크만은 안무만 하는 사람이 아니에요. 무대 디자인, 음향, 영상, 때로는 작곡까지 직접 맡는 토털 크리에이터예요. 작곡가 미가엘 칼송, 패션 디자이너 헨릭 빕스코프와의 장기 협업이 그 세계를 떠받치고 있죠.
그리고 무엇보다, 에크만의 작품에는 유머와 어둠이 항상 공존해요. 에크만은 이렇게 말해요. "유머에는 반드시 어둠이 필요하다. 내 작업은 진지한 주제에서 출발해, 자연스럽게 유머가 생기게 하는 것이다." 관객을 웃기되, 웃음이 끝난 자리에 질문을 남기는 것—이것이 에크만이 '쇼맨'이면서도 단순한 쇼맨이 아닌 이유예요.
에필로그, 6월에 다시
고백하자면, 저는 발레 공연을 보면 꾸벅꾸벅 조는 발레하곤 무관한 사람이에요. 그래서 에크만의 해머 영상을 처음 봤을 때 받은 충격이 꽤 컸어요. 이건 내가 알던 발레가 아니었거든요. 무용수들이 객석으로 난입하고, 망치가 등장하고, 관객이 웃다가 먹먹해지는 구조. 꾸벅꾸벅 졸 틈이 없는 무대라니. 한국에서 발레에 대해 갖고 있던 인상—아름답지만 졸리고, 고급하지만 멀고—을 깨준 건 이 사람의 작품이었어요.
동시대를 살아가는 누군가에게 질투를 느낀 건 꽤 오랜만이에요. 저 사람은 어떤 세계를 보고 있는 걸까. 다행히 그가 열심히 활동할 때 논문 마감에 쫓기던 시절이라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무작정 쫓아갔을지도 몰라요. 어떤 세계에 완전히 매료되는 경험은 늘 그런 식으로 불쑥 찾아오는 것 같아요.
6월 11일부터 14일까지, LG아트센터 서울에서 에크만의 한여름 밤의 꿈이 올라요. 건초 더미와 메이폴과 악몽이 뒤섞인, 셰익스피어와는 전혀 다른 그 무대. 이번에는 졸지 않을 자신이 있어요. 여러 구설과 논란 속에서도 꿋꿋하게 자기 무대를 지켜온 사람에게, 조용히 감사를 보내요. 덕분에 극장이라는 공간이 다시 설레는 곳이 됐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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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비틀기 - 트렌드를 읽는다는 건]
트렌드라는 것은 사실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생각해요. 시대마다 주류가 읽는 패러다임이 바뀌고, 그 신호를 잘 읽어내는 것이 바로 트렌드죠. 그리고 이 모든 시각은 판매자가 아닌 ‘소비자’에게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특정한 기관이나 회사라는 틀에 갇혀 있다 보면 ‘이해관계’가 달라지면서, 동일한 대상도 바라보는 시각이 바뀔 수 있거든요. 그래서 특정 시각에 갇히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요즘은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경제적 어려움과 기술의 빠른 변화 속에서 이러한 시각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어요. 트럼프 사례만 봐도 그렇고요.
이 영상에서 나이키의 잊혀진 마스코트인 ‘스우시맨’ 이야기가 딱 좋은 예시가 될 것 같아요. 1996년 당시에는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던 ‘스우시맨’이 현재 ‘포트나이트’ 같은 게임 캐릭터나 한정판 굿즈, 스니커즈 등으로 ‘다시 유행’하고 있잖아요? 이는 단순히 과거의 것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가치와 맥락으로 재해석되는 트렌드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죠.
영상을 보면 트렌드를 바라보는 흥미로운 관점을 제시합니다. 과거의 ‘실패’가 시간이 지나 오히려 ‘희소성’이라는 가치를 부여받고, 완벽함보다는 다소 어설프고 기괴했던 시도가 현대에 와서 ‘매력적인 신선함’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는 과거의 IP(지적재산권)를 현대의 문화 코드와 결합하여 새로운 세대에게 어필하는 전략으로 이어지며, ‘괴랄한 실패작’이 ‘힙한 서브컬처 아이콘’으로 재탄생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트렌드는 단순히 ‘유행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변화하는 욕구와 문화적 맥락을 이해하고 과거의 자산까지도 새롭게 재해석하는 올바른 시각이 필요하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특히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 사회에서는 이러한 통찰력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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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Snackletter]
📍 Writer: HMG경영연구원 미래트렌드연구팀 근무 중인 스낵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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