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의 반응에서 읽히는 것
흥미로운 건 머스크의 반응입니다. NVIDIA 발표 직후, 머스크는 X에 이렇게 썼습니다.
"그게 바로 테슬라가 하고 있는 것인데 😂. 99%까지 도달하는 건 쉽지만, 나머지 1%의 롱테일을 해결하는 건 엄청나게 어렵다는 걸 알게 될 겁니다."
그러면서도 이례적으로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솔직히 그들이 성공하길 바랍니다."
머스크가 경쟁사에 이런 말을 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이는 두 가지를 시사합니다.
첫째, NVIDIA의 접근법이 기술적으로 유효하다는 것을 인정한 것입니다. 테슬라 역시 2023년 FSD V12에서 end-to-end 신경망 방식으로 전환했는데, NVIDIA가 같은 방향으로 온 셈입니다.
둘째, 동시에 "5~6년은 걸릴 것"이라며 시간적 해자를 강조했습니다. 테슬라는 이미 수년간 실제 도로에서 데이터를 쌓아왔고, 레거시 OEM들이 카메라와 AI 컴퓨터를 차량에 설계해 탑재하는 데만 몇 년이 더 걸린다는 논리입니다.
승부의 향방
단기적으로는 테슬라의 우위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New Street Research의 애널리스트 Pierre Ferragu는 CES 2026 이후 분석에서 "NVIDIA의 전략이 오히려 테슬라 접근법을 검증해줬다"고 평가하며, 경쟁사들이 테슬라를 따라잡는 데 12년이 걸릴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다른 그림이 그려질 수 있습니다.
MS-구글 구도에서 MS가 노린 것은 구글을 단숨에 제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검색 시장의 규칙 자체를 바꾸는 것이었습니다. '링크 나열'에서 '대화형 응답'으로요.
NVIDIA도 마찬가지입니다. 테슬라를 직접 이기려는 게 아닙니다. 자율주행 시장의 구조를 '단일 수직통합 기업의 독주'에서 '플랫폼 기반 생태계 경쟁'으로 전환시키려는 것입니다.
메르세데스-벤츠, JLR, 루시드, 우버가 이미 파트너로 합류했습니다. 이들 중 단 하나라도 테슬라에 근접한 수준의 자율주행을 구현한다면, 시장의 역학은 달라집니다.
라스베이거스에서 돌아오며 생각한 것들
이번 CES 2026 현장을 직접 걸으며 느낀 점이 있습니다. Mercedes-Benz는 Xperi 부스에서 신형 CLA를 전시하며 NVIDIA AI 기반 MB.DRIVE 기술을 선보였습니다. 젠슨 황의 키노트에서 발표된 Alpamayo가 실제 양산차에 탑재되어 눈앞에 있었습니다.
그러나 전시장의 관심은 차량 자체보다 그 뒤에 깔린 구도 변화에 쏠려 있었습니다. 며칠간 만난 OEM 관계자들, Tier-1 엔지니어들, 스타트업 창업자들의 대화 주제는 하나로 수렴했습니다. "Alpamayo를 어떻게 볼 것인가."
화려한 콘셉트카보다, 업의 구도가 바뀌고 있다는 기류가 더 강렬하게 남는 CES였습니다.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몇 가지 생각을 정리해 봤습니다.
테슬라를 따라갈 것인가, NVIDIA 생태계에 올라탈 것인가. 전자는 독자성을 지키지만 막대한 시간과 투자가 필요합니다. 후자는 속도를 얻지만 플랫폼 종속이라는 대가가 따릅니다. 그 사이 어디쯤에 우리의 답이 있을 겁니다.
모두가 같은 도구를 쓸 때, 차별화는 어디서 오는가. Alpamayo가 보편화되면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자체는 더 이상 경쟁력이 아닐 수 있습니다. 데이터의 품질, 사용자 경험의 설계, 서비스 생태계와의 통합에서 승부가 갈릴 겁니다.
머스크가 말한 '5~6년'이 지났을 때, 우리는 어디에 서 있을 것인가. 시간적 해자는 영원하지 않습니다. 그 간극이 좁혀지는 시점에 무엇을 준비해 두었느냐가 다음 10년을 결정할 겁니다.
정리하자면,
MS가 ChatGPT로 검색 시장의 규칙을 바꾸려 했듯, NVIDIA는 오픈소스 플랫폼으로 자율주행 시장의 규칙을 재정의하려 합니다.
알파고 제로가 인간이 축적한 지식 없이도 초인적 바둑을 뒀듯, Alpamayo는 경험하지 못한 상황에서도 추론하는 자율주행의 시대를 열고 있습니다.
테슬라는 구글처럼 데이터와 수직통합으로 굳건한 성을 쌓았습니다. NVIDIA는 MS처럼 그 성을 직접 공략하는 대신, 주변의 모든 플레이어를 자기 편으로 만들어 게임의 판 자체를 바꾸려 합니다.
남은 질문은 하나입니다. 이 흐름에 올라탈 것인가, 밀려날 것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