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도, Wi-Fi도, 스마트폰도 필요 없습니다
레고가 CES 2026에서 'Smart Brick'을 공개했습니다. 1978년 미니피규어 도입 이후 46년 만에 가장 큰 혁신이라고 스스로 평가할 만큼 자신감이 넘칩니다.
겉보기엔 평범한 2×4 브릭입니다. 하지만 그 안에는 레고 스터드보다 작은 4.1mm 칩, 가속도계, 스피커, LED, 그리고 20개 이상의 세계 최초 특허 기술이 담겨 있습니다. 브릭끼리 서로의 위치와 방향을 인식하고, 어떻게 조립되는지에 따라 다르게 반응합니다.
그런데 진짜 혁신은 기술 스펙이 아닙니다. 레고가 내건 슬로건이 흥미롭습니다.
"앱 다운로드 없음. Wi-Fi 설정 없음. 스마트폰 불필요. 상자 열고 바로 조립하면 됩니다."
첨단 기술의 무대인 CES에서, 레고가 가장 자랑스럽게 내세운 건 "앱이 필요 없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왜 레고는 이런 선택을 했을까요?
10년간의 실패가 가르쳐준 것
사실 레고의 디지털 통합 시도는 실패의 역사에 가깝습니다.
2015년 야심차게 출시한 LEGO Dimensions는 높은 개발비와 라이선스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고 2년 만에 단종됐습니다. 2019년 Hidden Side는 앱 최적화 실패로 소비자 외면을 받았습니다. 2021년 팬데믹 한복판에 출시한 Vidiyo는 버그 투성이 앱과 이해하기 어려운 콘셉트로 레고 역사상 가장 처참한 실패작이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세 제품의 공통된 실패 원인이 있었습니다. 앱 품질 문제, 복잡한 설정 과정, 그리고 무엇보다 기술이 "놀이"라는 본질을 방해했다는 점입니다. 아이들은 놀러 왔는데 설정을 해야 했고, 부모들은 또 하나의 스크린 타임을 걱정해야 했습니다.
Smart Brick은 이 뼈아픈 교훈을 정면으로 반영했습니다.
기술을 "보이지 않게" 만드는 법
레고가 선택한 해법은 기술을 브릭 안에 완전히 숨기는 것이었습니다. 그 핵심에 두 가지 기술이 있습니다.
첫째, BrickNet입니다. 레고가 자체 개발한 무선 통신 레이어로, 블루투스 기반에 '이웃 위치 측정Neighbor Position Measurement' 시스템이 탑재되어 있습니다. 이 기술 덕분에 Smart Brick들은 중앙 서버나 인터넷 연결 없이도 서로의 위치와 방향을 인식합니다. X-wing을 조립하면 브릭들이 스스로 "아, 지금 날개가 펼쳐졌구나"를 알아채고 그에 맞는 사운드를 냅니다.
둘째, Smart Tag입니다. 2×2 크기의 작은 타일에 고유 ID가 내장되어 있습니다. Smart Tag를 Smart Brick 근처에 가져가면, 브릭이 "아, 이건 X-wing 세트구나. 이렇게 반응하면 되겠다"라고 스스로 맥락을 파악합니다. 사용자가 설정을 바꾸거나 모드를 선택할 필요가 없습니다.
두 기술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아이들이 기술의 존재를 의식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입니다. 그냥 브릭을 조립하고 놀면, 기술이 알아서 경험을 풍요롭게 만들어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