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넘게 브랜드 네이밍을 했는데도 여전히 새로운 이름을 짓고 있어. 세상엔 많은 네이미스트들이 있고, 수없는 브랜드가 나오는데... 이유는 고객이 다르기 때문이야.”
업계에서 유명한 네이미스트와 모 음료수 네이밍 기획을 하며 들었던 말입니다. 동일한 이름은 있을지라도 ‘유독’ 다른 브랜드가 있습니다. 이름이 전부는 아니지만, 이름을 만들어가는 고객이 있기에 네이미스트는 밥 먹고 산다고 합니다. 공감합니다.
지난 1년간 스낵레터도 소위 말하는 ‘자동화’를 고민했습니다. 혼자 작성하기에 생각할 시간이 충분치 않았고, 업무 외 시간이 매우 부족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자동화 프로그래밍은 뉴스 스크랩해 주는 정도로, 턱없이 부족하더군요.
AI가 빠르게 성장하며 저도 자동화 이상의 것을 추구하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대학원 때 배웠던 머신러닝 시각화 프로그램을 생각하며, 여러 앱을 사용해 봤습니다. 우선 문제해결을 위한 설계를 하고, 각각의 역할을 하는 서비스와 데이터를 연결하니 ‘짜잔’ 하고 스낵이(Snackee)가 만들어졌습니다. 그래도 복잡했습니다. 그래서 ChatGPT, Gemini, perplecity를 배회했습니다. 이번 달부터 쉬는 뤼큰의 '나만의 AI'에게 “너는 스낵이가 되어라!”라고 말로 마법을 걸어보기도 했습니다. 이대로라면 정말 스낵이가 지니가 되어 절 대신해서 레터를 보낼지 모릅니다.
저는 적어도 3년은 스낵이를 보조작가로 쓸 생각입니다. 제가 할 일을 맡기긴 하지만, 녀석이 ‘나’와 같으면 화가 날 것 같습니다. 저처럼 직관적인 사고로 크게, 크게만 보면 ‘오타 작렬’까지 맞춰 대충 한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습니다. 스낵이가 아니더라도, 네이미스트와 같이 창의성과 규제가 있는 업무를 맡아줄 친구는 10년은 족히 걸릴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 친구가 새로운 이름을 짓고, 등록 가능 여부까지 판단해 제안한다고 해도 쉽지 않을 겁니다. 단순히 ‘등록 가능 70% 이상’으로 새로움을 판단하기 어려운 ‘맥락적’ 해석이 담겨있기 때문입니다.
모 음료회사의 신규 상품 프로젝트에 글로벌 에이전시 다섯 곳과 동시에 경쟁했던 때가 있었습니다. ‘왜 우리에게 일을 맡기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자신이 없었는데, 실장이 그러더군요. “한국 토종업체는 적어도 뻔한 답을 찾진 않겠지라고 생각한 게 아닐까? 영문화된 것으로 이걸 표현하는 데 한계가 있잖아. 만약에 똑같은 안을 가져오더라도 ‘다르게 바라보고 해석한다’면 말이야.” 다시 말하면, 적어도 고객의 의도를 달리 볼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 했습니다.
앞으로 관건은 스낵레터 작성에 AI 기술을 어떻게 끌어들이느냐입니다. 단순히 후킹할 수 있는 제목만이 아니라, 스낵을 읽을 ‘독자의 의도를 레터화하는’ 작업을 AI와 함께 해야 합니다. 결국 더 관찰하고 더 생각해야 합니다. 스낵이가 어떻게 성장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말입니다.
* 스낵레터만이 아닐 겁니다. AI 기술을 어떻게 우리 산업에 끌어들일 것이냐, 남은 건 고객뿐입니다. 인간이란 존재에 대한 고민 없이는 ‘팔 수 있는’ 것이 없어질지 모릅니다. (적어도 소비의 주체가 인간이라는 전제가 흔들리지 않는다면 말이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