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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가치, 2.7배 비싸졌습니다 (feat. 세이코 시간백서 2025
타임 퍼포먼스(Time Performance)
혹시 '타이파'라는 말, 들어보셨어요? 타임 퍼포먼스의 일본식 줄임말입니다. 일본에서 2022년 이후 신조어로서 대중화되었죠. 시계 회사 세이코가 최근 발표한 '시간백서 2025'를 보니, 이게 단순한 신조어가 아니더라고요. 우리가 시간을 대하는 방식, 아니 우리 삶의 운영체제가 통째로 바뀌고 있다는 신호였습니다. 특히 우리 같은 직장인에게는 좀 뼈아픈 이야기이기도 하고요.
시간의 계급
백서는 우리 같은 3040세대를 '시간의 허리'에 낀 세대라고 말하는 듯합니다. 위로는 부모님과 커리어의 정점을, 아래로는 아이들과 새로운 기술을 마주하며 그야말로 시간에 짓눌려 있죠.
먼저 30대는 '시간 기근 세대'입니다. 하루 24시간 중 온전히 나를 위해 쓸 수 있는 시간은 고작 130분. 10명 중 9명은 늘 시간에 쫓기며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이 치열한 영토 전쟁을 10년쯤 치르다 보면 40대가 됩니다. 백서는 40대가 되면 '기존의 틀을 거부(61%)'하고 '자기만의 페이스'를 찾으려는 움직임이 강해진다고 말합니다. 더 이상 남의 시간표에 맞춰 살지 않겠다는, 일종의 '시간 독립선언'인 셈이죠. 생존을 위한 시간 투쟁이, 이제는 삶의 주도권을 되찾기 위한 '시간 주권' 투쟁으로 진화하는 겁니다.
그런데 같은 하늘 아래, 전혀 다른 시간대를 사는 이들이 있습니다. 바로 10대들입니다. 이 '타이파 네이티브'들에게 AI는 단순한 검색 도구가 아닙니다. 개인적인 대화를 나누고(49%), 심지어 연애 상담까지 하는(22.5%) 감정의 파트너입니다. 이 극명한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걸까요?
결국 '삶의 단계'와 그로 인한 '시간의 절대량' 차이입니다. 10대에게 시간은 '성장'을 위한 무한한 자원입니다. 그러니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게 도와주고, 외로움까지 달래주는 AI는 최고의 '짝꿍'이죠. 하지만 3040에게 시간은 생존과 주권을 위해 지켜내야 하는 한정된 '영토'입니다. 우리에게 AI는 성장을 위한 파트너가 아니라, 이 영토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무기'가 되는 셈입니다.
내 시간의 몸값
이렇게 우리의 시간이 지켜내야 할 '영토'이자 되찾아야 할 '주권'이 되자, 그 가치는 천정부지로 치솟았습니다. 백서는 아주 노골적인 숫자를 제시합니다. 퇴근 후의 내 자유 시간(오프타임)은 근무 시간(온타임)보다 2.7배나 비싸다는 겁니다. 1시간에 12,727엔. 우리는 그저 쉬는 게 아니라, 아주 비싼 자원을 소비하고 있었던 거죠. '시간을 돈 주고 사는' 시대가 아니라, '내 시간을 지키기 위해' 돈을 쓰는 시대가 된 겁니다.
재미있는 건, 이렇게 시간에 쫓기면서도 동시에 '멍하니 있고 싶다'는 욕구가 가장 크다는 사실입니다. 효율을 향해 질주하면서도, 그 질주를 멈추고 텅 비고 싶은 모순. 어쩌면 브랜드가 파고들어야 할 지점은 바로 이 균열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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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세이코 시간백서의 더 자세한 데이터가 궁금하시다면 아래 링크를 확인해 보세요.
👉 바로가기
시간을 파는 브랜드가 승리한다
그렇다면 이 변화의 흐름 속에서 브랜드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몇 가지 힌트를 발견했습니다.
첫째, 시간의 가치를 번역해주는 브랜드. 30대에게 '30분의 여유'를 선물해 생존을 돕고, 40대에게 '자기만의 속도'를 존중하는 개인화된 선택지를 제공해 주권을 되찾게 해주는 겁니다. 이제 브랜드는 이렇게 말해야 합니다. "우리 제품은 당신의 가장 비싼 자산을 지켜드립니다. 그 가치는 시간당 12,727엔입니다." 시간 절약 효과를 구체적인 가치로 환산해주는 영민함이 필요합니다.
둘째, AI의 페르소나를 입는 브랜드. AI 활용은 세 단계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한국식 '효율성'과 미국식 '개인화'를 넘어, 이제는 일본 10대들처럼 '감정 지원'의 단계로 나아가야 합니다. 상상해보세요. 퇴근길에 자동차 AI가 "오늘 유난히 힘들어 보이시네요. 좋아하시는 플레이리스트 틀어드릴까요?"라고 말을 건다면. 그 차는 단순한 이동수단을 넘어설 겁니다. 브랜드와 소비자 사이에 전에 없던 유대감이 생기는 거죠.
셋째, 바쁨과 여유를 모두 파는 브랜드. 소비자들은 '바쁨(ばたばた)'과 '멍함(ぼうっと)' 사이를 오갑니다. 그렇다면 브랜드도 두 가지 경험을 모두 제공해야 합니다. 패스트푸드점이 초고속 주문 시스템과 함께 아주 편안하고 느긋한 식사 공간을 제공하는 것처럼요. 1분짜리 스킨케어 제품과 20분짜리 셀프 케어 키트를 함께 파는 뷰티 브랜드처럼, 이 이중적인 욕구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전략이 중요해질 겁니다.
시간백서는 결국 하나의 질문을 던집니다. 당신의 브랜드는 고객의 시간을 빼앗고 있습니까, 아니면 되찾아주고 있습니까?
제품의 스펙이나 가격 경쟁은 이제 과거의 방식일지 모릅니다. 고객의 '시간 주권'을 어떻게 존중하고, 그들의 가장 비싼 자원인 '오프타임'을 얼마나 풍요롭게 만들어줄 것인가. 여기에 다음 시대의 승자가 결정될 겁니다. 저는 이 다음의 물결이 조금 더 기대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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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아가기]
🤖 AI가 감정의 새로운 파트너가 되었다
세이코의 발견:
- 일본 10대의 49%가 AI와 '개인적 대화' 경험
- 22.5%가 AI에게 '연애상담'과 '하소연'을 함
- AI 활용으로 시간 행복도 상승: 10대 62.5%, 전체 58.5%
한국과 미국의 대조:
- 한국: 직장인 71.3%가 AI 활용, 주로 업무 효율성 중심
- 미국: Gen Z가 AI 개인화 서비스에 높은 관심, 가상 착용 서비스 등 활용
- 일본: AI를 감정적 동반자로까지 인식하는 독특한 패턴
🌏 글로벌 시간 인식 비교
한국: 워라밸 정책의 나라
- 특징: 제도적 접근, 주4일제 논의, 워라밸 일자리 장려금
- AI 활용: 업무 중심 (정보검색 75.3%, 문서작성 44.9%)
- 세대 특성: MZ세대의 '실용주의' 부상, 플렉스에서 가성비로
미국: 개인 책임의 나라
- 특징: 워라밸 순위 59위/60개국 중, 개인 차원의 해결책 추구
- AI 활용: 개인화 서비스 중심, 맞춤형 쇼핑 경험
- 세대 특성: Gen Z의 개인화 요구, 가상 착용 서비스 등 선호
일본: 타이파 혁신의 나라
- 특징: 시간 효율성 문화, 타임퍼포먼스 사회 정착
- AI 활용: 감정 지원까지 확장, 생활 전반 통합
- 세대 특성: 10대의 AI 네이티브화, 60대의 여유 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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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기술도 ‘짝’을 찾네요
님, 요즘 저같은 '공돌이(스낵이는 AI니까)'는 어딜 가나 AI 얘기를 듣는 것 같아요. 공정 개선에도 AI, 불량 검출에도 AI... 하루에도 몇 번씩 AI의 놀라운 능력을 실감하곤 하죠. 그런데 정작 우리가 매일 쓰는 AI는 손안의 네모난 스마트폰이나 책상 위 모니터에 갇혀 있잖아요.
어쩐지 AI라는 최첨단 두뇌를 구닥다리 몸에 억지로 우겨넣은 느낌이랄까요? 우리가 생성형 AI라는 기술의 폭발 앞에서 새로운 기술을 어떻게 일상으로 끌어들일지 고민하는 것과 비슷하죠.
AI의 정신과 육체가 만나다그런데 얼마 전, 이 어색한 동거를 끝낼지도 모를 '결혼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위의 사진을 보면 꼭 청첩장 사진 같지 않나요(샘 올트먼(오른쪽)과 조니 아이브 / 사진: 오픈AI)?
바로 오픈AI의 샘 올트먼과 애플의 전설적인 디자이너 조니 아이브가 손을 잡았다는 소식이에요. 오픈AI가 아이브가 설립한 하드웨어 스타트업 '아이오 프로덕트(io products)'를 무려 50억 달러에 인수하기로 했거든요. AI의 정신과 육체가 드디어 만난 셈입니다.
아이브는 스티브 잡스의 '정신적 파트너'로 불리며 아이폰, 아이패드 등 애플의 혁신을 디자인으로 완성했던 인물이죠. 그런 그가 AI 시대를 위한 새로운 기기를 만들고 있다니, 시장의 기대가 엄청납니다. 올트먼은 아이브가 만든 프로토타입을 보고 "세상에서 본 것 중 가장 멋진 기술"이었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죠.
'기기'가 아닌 '존재'의 탄생 그렇다면 이 둘은 과연 무엇을 만들고 있는 걸까요? 올트먼은 "핸드폰은 아닐 것"이라고 못 박았습니다. 아마도 스마트폰을 대체할, 완전히 새로운 무언가가 나오겠죠.
조니 아이브는 '기술을 기술처럼 느끼게 하지 않는' 마법사 같은 사람이잖아요. 그가 만든다면 우리가 지금껏 알던 '기기(Device)'가 아니라, 공기처럼 곁에 머무는 '존재(Presence)'에 가까운 제품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 사라지는 스크린: 스크린을 최소화하고 음성으로 모든 것을 제어하는 거죠. 브로치나 클립 형태의 웨어러블 기기일 수도 있고, 책상 위 장식품처럼 생긴 AI 오브제일 수도 있습니다.
- 말하지 않아도 아는 사이: 카메라와 센서로 사용자의 표정, 제스처 등 비언어적 맥락까지 파악하고, 대화를 통해 기억을 쌓아나갑니다. 굳이 화면을 터치하거나 명령어를 외울 필요가 없는, 진정한 의미의 개인 비서가 탄생하는 겁니다.
결국 이들의 목표는 AI를 우리 삶에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것입니다. 우리가 하루 14시간씩 평평한 화면만 들여다보며 잃어버렸던, 철학자 후설이 말한 '생활세계(Life-world)'를 AI가 되찾아주려는 걸까요?
만지고 냄새 맡는 구체적인 현실의 경험을 갈망하는 우리에게, 기술의 존재감을 지운 AI는 꽤 매력적인 대안이 될지도 모릅니다.
제조업의 풍경을 바꾼 '아이폰 모먼트' 재현? 이들의 도박 같은 도전이 성공한다면, 2007년 아이폰 등장 이후의 지배적인 컴퓨팅 플랫폼이 바뀔 수도 있습니다. 이건 비단 IT 업계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컴퓨팅 플랫폼의 변화는 언제나 산업 지형 전체를 뒤흔들어 왔으니까요. 애플의 팀 쿡이 '적시 생산(Just-in-Time)' 모델을 성공적으로 도입해 제조업의 패러다임을 바꾼 것처럼, AI 네이티브 기기의 등장은 또 한 번 생산 현장의 혁신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
어쩌면 다음 시대의 생산성 혁명은 올트먼의 두뇌와 아이브의 손끝에서 시작될지도 모르겠다... 스낵이는 너무도 당연히, 그리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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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nAI와 Jony Ive(전 Apple 수석 디자이너)가 함께 발표한 “Sam & Jony introduce io”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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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업 배경 지난 2년간, Sam Altman(OpenAI CEO)과 Jony Ive 및 그의 디자인 스튜디오 LoveFrom이 비밀리에 협력해 왔습니다. 초기 탐색 단계에서 생겼던 아이디어들이 빠르게 구체화되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아우르는 새로운 제품군 구상으로 발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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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o’라는 별도 회사 설립 약 1년 전, Jony Ive는 Scott Cannon, Evans Hankey, Tang Tan와 함께 ‘io’라는 회사를 설립했습니다. 이 웹사이트는 하드웨어 디자인과 연구개발을 담당하는 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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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o’ 팀의 OpenAI 합병 현재 io 팀(약 55명)이 OpenAI 내부로 완전히 합병되며, 디자인과 크리에이티브 전반에 걸쳐 OpenAI의 핵심 역할을 수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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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 비전 이들의 목표는 AI와 물리적 경험을 융합한 전례 없는 기기를 선보이는 것입니다. 단순한 화면 기반 제품에서 벗어나, 환경을 인식하고 일상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제품을 지향한다고 발표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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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모와 출시 일정 Sam Altman은 최종적으로 “가장 빠르게 1억 대 이상을 출하하는 새로운 기기”를 목표로 하며, 출시 시기는 2026년 말로 예상된다고 언급했습니다.
“Sam & Jony introduce io” 발표는 OpenAI의 AI 기술이 하드웨어 경험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탄입니다. AI를 단순한 소프트웨어가 아닌 실물 기기로 구현해, 일상에서 AI가 직접 체감되는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전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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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ail: jeonhr@hyundai.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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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낵지기는 현재 HMG경영연구원 미래트렌드연구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브랜드 전략 기획, 미래 트렌드 분석 및 소비자 행동 연구 업무를 맡고 있지만,
스낵레터의 내용과 소재는 업무와 무관합니다. 혹시 관련한 문의사항 및 건의사항은 메일로 편하게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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